biff

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냉소주의란 무엇인가?

By 이수미

냉소주의란 무엇인가? 구체적 예시를 들어 설명해라

 모 영화학과 입시 시험을 보러 갔을 때에 받았던 면접 질문이다. 질문은 영화 용어나 작가 감독들의 스타일, 영화 사조 따위를 준비해 갔던 나에게는 너무나 뜬금없게 느껴졌고, 사실은 냉소주의가 무엇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나는 그저 입만 오물대다 면접장을 빠져나왔었다. 물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어떻게 보면 인생을 바꿀 있었던 질문이었기 때문에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가슴속에는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나는 또다시 질문과 맞닥뜨렸다. 길예르모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관람하기 위해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에 모인 관객들에게영화는 사회에 만연한 사랑에 대한 냉소주의에 해독제가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 영화의 예고편이 줬던 감성적 충격보다 감독의 마디가 더욱 강하게 와닿았다. 그리고 영화를 관람한 나는 드디어 냉소주의가 무엇인지 절절히 체감할 있었다. 나는 엘리사와 인어(?)간의 감정을 도저히 사랑이라고 받아들일 없다.


 엘리사와 인어는 동등관계에 놓여있지 않다. 인어는 사람의 형상을 했을 , 자유의지를 속박당한 채로 수조나 욕조에 갇혀 있고 주변인들의 공격이나 감정에 무조건적인 수용의 태도를 취한다. 오히려 생명 욕구만이 남아있는 동물적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엘리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단히도 애쓴다. ‘과감하다라고 평할 있는 행동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인어와의 차별 지점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사는 인어를 조련했다. 음식으로 인어를 유인하고, 음악으로 호감을 얻고, 수화를 가르친다. 인어는 엘리사로부터 학습한 이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인어를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어떤 동물로 환원시킨다면 영화의 장르는 어떻게 규정되었을까. 인어가 가진 특별함은 사람의 형상과 인간과 성관계가 가능한 성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농아는 어떤 사회적 손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엘리사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한다. 그녀를 아끼는 사람들은 범법을 감수해가며 그녀를 위해준다. 때로는 죽음 앞에서도 꿋꿋하다. 무자비한 악역 스트릭랜드는 그녀를 욕구하기까지 한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때 엘리자의 자위씬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의도에 대하여 일반적인 불신을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태나 태도] 두산백과의 냉소주의에 대한 정의(요약). 나는 영화가 사랑에 대한 냉소주의를 다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장애인, 시기의 여자들, 그리고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냉소를 다루고 있다고 하면 오히려 맞는 해석이 같다. 그들을 무력하고 소극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 냉소의 태도라면, 영화는엘리자라는 존재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욕구하며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지를 묘사하며 냉소에 해독을 시도한다


 <세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멜로 영화가 아니다. 엘리자의 오디세이를 다룬 전쟁영화다.